건축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 하기 전에,
대한민국에서 대중문화로서의 음식 문화에 대한 간략한 견해를 얘기해 보고자 한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음식에 대한 영역은 일상(가정, 배달)과 비일상(고급 레스토랑)으로 명확히 구분되어 있었다.
2010년 티비에선 ‘파스타’라는 드라마가 방영하였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이슈가 된 키워드는 아마 ‘셰프’라는 단어 였을 것이다. 듣도 보도 못한 단어였다.
극 중에서 그려진 ‘셰프’는 굉장한 전문성과 카리스마를 가진 이미지가 부여 되었다.
2014년 또 한 번의 변화가 더 있었다. 바로‘냉장고를 부탁해’라는 프로그램의 방영이다.
앞선 그 전문적인 셰프들은 일상의 냉장고의 일상의 재료를 활용해 비일상의 음식을 만들어냈다.
그 행위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어느 집 냉장고에나 있을 재료를 가지고 고급 레스토랑의 음식을 만들 수 있었던 거였나!? 그것도 베샤멜, 페스토 등등 생전 처음 듣는 단어를 말하면서 말이다
사람들은 그때부터 서서히 알았다. 저것이 전문가들만 할 수 있고 대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식재료나 음식, 맛에 대해서는 많은 경험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2021년 현재, 비전문가와 전문가들은 수많은 SNS를 통해 본인만의 레시피와 노하우를 공유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요리를 전공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시도하고 논의한다.
이제는 심지어 일반대중 혹은 방송인을 통해 셰프가 아이디어를 얻어가는 단계에 이르렀다.
패션, 음악은 어떠한가? 이것들은 더욱 앞서 나가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이 좋아하는 가수, 패션 등에 대한 견해를 가지고 있으며, 어제 나온 신곡에 대해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등 일상 속에 깊게 녹아들어 있다.
이런 영역은 전문분야를 전공한 전문가들의 전유물이 아닌, 누구나 창조, 생산, 판매, 유통 할 수 있는 것으로 완전히 자리잡게 되었다.
그렇다면 본론으로 돌아와서 건축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하루에도 수백, 수천개의 건축물을 마주친다. 우리가 도시, 건축물 속에 존재하고 생활함으로 인해서 원치 않더라도 필연적으로 건축을 가장 많이 접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음악, 영화, 패션와 같은 것들에 비해 건축에 대해선 민감하지 않다.
정확히 말하면, 건축에 대해 관심이 없다.
부동산, 인테리어에 대해 열의를 띄며 관심을 가지고 말하고 듣는 사람은 있어도, 건축물의 본질이 되는 디자인, 형태, 기능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말하려 하지 않는다.
부동산 시세, 부동산 관련 정부 대책에 관해서는 열띤 논의가 일어나지만, 지역의 세금으로 1,400억 이상이 들어간 시청사 신축 설계공모에 대해선 아무도 관심이 없다. 될대로 되라 한다.
2021년 현재, 모두가 자본으로서의 건축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 심지어 나 조차도 그러하다.
“모든 국가는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라는 말이 있다.
나는 언젠가부터 이 말을 대한민국의 건축에도 정확히 적용 할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건축을 부동산, 토지, 자본으로 바라보는 것이 건축의 의미를 단순히 그 정도로 만드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우리가 살고있는 도시와 건축에 대해 보는 눈과 말하기 위한 생각이 필요하다.
“00역에서 5분!”, “숲세권!”, “도시재생” 등과 같은 피상적인 말로서 소모되는 건축을 보는 것이 건축을 전공하고, 건축을 한때 열렬히 사랑했던 나에게는 힘든 일이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프랑스 몽마르트, 뉴욕 센트럴파크 등에 대한 판타지를 가지고 있지만, 정작 본인이 살고 있는 곳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다.
자꾸만 일상을 지긋지긋하게 여기고 일탈을 동경한다.
우리는 이제 일상과 비일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러한 망상을 버려야한다.
당장 우리가 가지고 있는 냉장고, 그 안의 식재료를 어떻게 활용 할 것인지 고민해야한다.
즉, 일상의 공간과 건축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한다.
그러는 동시에, 비일상의 도시들에 대한 정보를 객관적으로 비교하고 공부하고 이해 해야만 한다.
건축은 죄가 없다. 건축을 통해 세상을 보는 것은 도시에 대한 전혀 다른 방식의 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도시공간을 이루는 건축, 공원, 도로, 시설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곳이 바로 우리가 1년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실질적 '존재'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관심가질 수 있는 매력적인 일상 속의 건축물을 담아내고자 한다.
우리의 목표는 건축이라는 것이 ‘범접할 수 없는 전문 영역’,‘심오한 예술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에게 알리는 데 있다.
우리 주변의 수많은 건축물에 대한 생각이나 견해들이 생긴다면, 적어도 출퇴근길의 지루함과 괴로움이 조금이나 줄어들지 않을까? 가족들이 다같이 떠나는 여행이 조금 더 풍요롭지 않을까? 라는 작은 희망과 함께 미래에 대한 소망과 비젼을 가져본다.
2021.01
나의 작은 컴퓨터 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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