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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동네속의 공공건축물 #2

by nearby_arch 2021.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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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동사무소의 기능과 변화

동사무소의 시작은 '1955년 서울시 동 설치조례' 등을 통해 동 단위로 설치된 근대적 행정체제로부터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현재 주민센터의 기반이 된 형태의 동사무소는, 1990년대 말 지방자치법의 개편과 함께 동사무소를 주민복지/지역문화/주민편익을 갖춘 공공건축물로 개편하려던 시기로 보는것이 더욱 적절하다고 본다.

1999년 당시 행정자치부는 '읍,면,동사무소 기능전환 기본계획'을 통해 농어촌지역의 읍,면사무소와 도시지역의 동사무소를 단계적으로 기능전환 하였다.

1. 과거의 동사무소

1990년대, 이 시기를 전후하여 동사무소의 주된 기능은 여전히 행정과 민원 그리고 민방위의 기능이었다.

동사무소는 지방행정을 위한 제증명 발급/신고 등의 사무처리가 주된 기능이 되어 동 단위에 설치된 공공업무 시설이자, 불법광고물 철거/지도/단속/민방위 등의 집행기능을 수행하던 지역의 하부기관이었다.

동사무소는 이시기에도 여전히 과거의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는 형태와 기능의 건축물이었다.

다시 말하면, 실질적으로 주민생활에 밀접하게 다가가 생활 편의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건물이었다.

이는 주민들이 특정 민원의 목적이 아니고서야 방문할 일이 없는, 방문할 수도 없는 이름만 존재하는 '공공건축물'이었던 것이다.

서울시 성북구 삼선2동사무소,1993
울산시 중구 옥교동사무소, 1990년대

이러한 기능으로 인해 이 시기의 동사무소는 대부분 2층 규모의 건물이었고, 1층에 민원실 / 2층에 동장실 혹은 민방위교육장으로 이루어진 천편일률적인 형태와 기능을 보여준다.

건축 계획적으로 동사무소라는 건물은 주 사용자가 상주공무원이었고, 이들을 위한 기능이 계획의 주된 내용이었다.

민원실은 공무원의 업무편의가 최대의 고려사항이었고,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한 문서고, 사무실, 동장실, 민방위실, 예비군중대 등이 계획의 주요내용이었다.

이 당시 주민들은 그저 공무원들이 근무하는 건물에 잠시 용무를 보러 왔다가는 존재였던 것이다.

2. 2007년 기능전환 이후, 주민센터

과거 1990년대 이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동사무소의 양적 확대를 통해 전국적인 설치 및 행정 조직의 분산을 목표로 하던 동사무소는 2007년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또 한번의 커다란 변화를 맞이한다.

동사무소는 2007년 '주민생활서비스 전달체계 혁신사업'을 통해 단순히 시,구청의 하부행정기관이 아닌, 주민생활과 복지서비스 전달을 위한 핵심기관으로의 변화를 도모했다.

동사무소는 주민센터(혹은 주민자치센터)로 명칭을 변경하고, 주민편의를 위한 행정인 민원기능, 사회복지기능 등을 제외하고 모든 행정기능을 시,군,구청으로 다시 이관하였다.

그리고 그것으로 생겨난 여유 공간을 주민들을 위한 자치기능, 문화기능, 교육기능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하였다.

주민들은 이제 단순히 민원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만 주민센터를 방문하는 것이 아니게 되었다.

본인들이 원하는 문화, 복지 및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방문하기 시작하였고, 그에 대응하기 위해서 주민센터 또한 주민참여의 공간이 되기위한 노력을 하나씩 수행해나가게 되었다.

서울시 용산구 효창동 주민센터, 2010
서울시 서초구 서초1동 주민센터, 2010

이에 따라 주민센터라는 건축물은 이러한 기능적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건물의 규모가 변하고, 권위적인 형태에서 탈피하는 모습을 보인다. 건물은 4~5층의 규모로 확대되었고, 1층을 제외한 나머지 층들은 주민들의 문화, 교육, 복지를 충족하기 위한 컴퓨터실, 강당, 교육실 등의 공간으로 계획되었다. 유리 커튼월 등을 활용하여 건물의 투명성과 개방성을 높이기 위한 계획이 되었고, 기존의 1층 민원실은 상주공무원과 함께 민원인의 수가 그 실 규모의 척도가 되었다.

이 시기가 되어서야 주민센터는 비로소 지역의 주민들을 위한 '공공적 기능','생활서비스'를 제공하는 건축물이 되었다.

3. 2016년 이후 부터 현재까지, 동네속의 커뮤니티의 장으로서의 공공건축물

2007년 기능의 재개편이후 약 10여년의 기간동안, 주민센터는 행정공간과 주민자치공간을 갖춘 건물로써 전국적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러나 주민센터가 보편적인 건물이 되고, 기능적으로 그 필요조건이 갖추어 졌다고 생각했을 때 즈음, 주민센터에 대해 더 많은 기능과, 가능성에 방향이 모색되기 시작하었다.

주민센터라는 전국적인 기능의 보편성에 반하여, 과연 주민센터가 일상 속에 깊숙히 들어와 주민생활과 밀접한 복지, 문화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2016년, 서울시를 필두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읍면동 복지허브화' 등 지역의 실질적인 복지 강화를 위한 정책들이 순차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하였다.

동 주민센터의 공무원들이 지역주민들을 직접 만나 공공복지 전달체계를 강화하거나, 정규인력의 투입을 통해 주민센터라는 건물 자체를 '복지, 의료, 행정을 결합한 건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이었다.

그에 따라 주민센터라는 명칭 또한 '행정복지센터'라는 건물의 방향성을 더욱 부각시키려는 명칭으로 변경되었다.

이러한 현재까지의 변화양상에 대해 필자는, 2007년 이후 '일상생활속의 보편적 공공서비스'를 확충한 주민센터가 이제는 더욱 더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지역 특화기능을 위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건물로 변화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2021년 현재, 전국에는 약 3500개의 읍,면,동이 위치하고 있다. 이 수 많은 행정지역은 그 지역에 따라 현황과 특성이 모두 크게 상이하다.

- 농촌지역에 위치한 주민센터에 농촌지원센터 및 정보화센터 등의 기능이 설치되는 것.

- 도서지역(섬)에 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목욕탕의 기능을 함께 설치되는 것.

- 지역의 공급이 부족한 어린이집과 노인복지센터를 주민센터에 설치하는 것.

이것이 모두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기능이자 주민센터가 지역을 위해 갖출 수 있는 기능적 공공성 일 것이다.

이제는 우리 생활속에 자리잡은 주민센터라는 공공 건축물이 얼마나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고 필요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심도있는 고려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영동군 영동읍 행정복지센터의 농업기술센터
신안군 압해읍에 위치한 주민종합복지관은 도서지역에 위치한 노인분들을 위해 목욕탕을 설치하였다.
신안군 압해읍 주민종합복지관 목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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